당시 최수신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던 K-카 도면 ©️최수신

 

1980년대 후반, 한국 자동차 산업은 정부의 ‘200만 원대 국민차 보급 계획’ 발표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대우자동차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경차 규격을 뜻하는 단어를 차용해 코드명 ‘K카(K-Car)’라는 신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당시 대우의 플래그십 세단인 로얄 살롱의 디자인을 수행했던 최수신 디자이너가 이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전담하게 되었는데, 대형 세단을 다루던 디자이너가 가장 작은 차급인 경차 개발을 총괄하게 된 것은 당시 사내에서 이 프로젝트가 가졌던 비중을 짐작게 한다.

 

 

당시 경쟁사였던 현대자동차가 포니나 엑셀, 소나타 등 주력 모델의 디자인을 이탈리아의 거장 주지아로에게 맡기던 것과 달리, 대우는 이 국민차 프로젝트를 완전 독자 개발로 밀어붙였다. 

 

경차인 K-카는 물론이고 소형과 중형 사이의 허리급인 J-카까지 자체 인력으로 디자인하려 했던 시도는 당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관행을 비추어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르망 프로젝트 당시 디자인의 주도권을 갖지 못해 갈증을 느꼈던 디자인팀은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이 프로젝트에 약 8개월간 매달렸다. 내부적으로는 ‘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섰을 만큼 디자인 작업이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회사의 경영 전략이 급작스럽게 수정되면서 프로젝트는 빛을 보지 못하고 전면 백지화되었다.

 

결국 우리 곁에 온 건 스즈키 알토를 베이스로 한 티코였지만, 최수신 디자이너의 회고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당시 더 큰 회사였던 현대조차 꿈꾸지 못했던 독자 개발을 대우가 먼저 이룰 뻔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때 전략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대한민국 독자 개발의 타이틀과 역사의 주인공이 현대가 아닌 대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못내 뼈아프게 다가온다.

 

 

 

 

 

 

©️2026 "인천의 자동차, 그 질주의 여정" 인천문화재단[실무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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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방차 행방 찾기 팀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대우자동차의 잊혀진 미개발 자동차들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