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동 대우 디자인 포럼에서 위장막을 쓰고 있는 R100. ©️Motortrend


1990년대 후반은 전 세계적으로 미니밴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특히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서는 ‘패밀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혼다 오딧세이, 도요타 시에나,

크라이슬러 보이저 같은 모델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혼다 오딧세이를 기반으로 미니밴 개발을 추진했는데,

그 프로젝트가 바로 R100 프로젝트다.


R100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설계나 시제품에 관한 자료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1995년 부평기술연구소에 「R-100 프로젝트팀」을 꾸려 다목적자동차 개발에 착수했다는 사실과, 1997년 당산동 (양평동) 대우자동차 디자인 포럼에서 목업 작업을 마친 것을 끝으로 이후의 개발 과정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U100 [레조] 프로젝트가 실제 양산되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반면, R100은 구체적인 상품화 단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는 당시 대우자동차가 겪던 재정적 어려움과 IMF의 여파가 컸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우는 글로벌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렸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A100, P100, S100 프로젝트]

 

그 결과 R100은 목업 모델 제작을 끝으로 U100 [레조] 프로젝트에 통합되며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대우가 패밀리카 시장을 얼마나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만약 R100이 실제로 출시되었다면,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미니밴으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 스타렉스가 주로 상업적 수요를 중심으로 성장한 반면, R100은 보다 ‘승용차에 가까운 미니밴’이라는 포지셔닝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레조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대우의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우 R100 미니밴 프로젝트는 결국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1990년대 후반 대우자동차가 가진 비전과 야심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다. 

미니밴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좌절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오늘날에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미완의 프로젝트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당시 대우가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했는지, 그리고 한국 자동차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1995 출퇴근·레저·업무용 다목적 차시대 “성큼” 서울신문

©️1996 모터트렌드 10월 호 대우자동차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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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방차 행방 찾기 팀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대우자동차의 잊혀진 미개발 자동차들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